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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방법, '소공녀'

마음을 누일 자리_ 글 손자영
영화 <소공녀> /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소공녀> /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스틸컷

  미소가 계산을 시작한다. 집세 빼고, 세금 빼고, 약값 빼고, 더해지는 건 없고 빼기만 한다. 한숨 쉬고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마이너스가 남아 있다. 가구 하나 없는 황량한 방, 집이라고 하기에는 삭막함이 더 크다. 고민하던 그녀, 다른 값은 남겨 두고 집세를 지워 본다. 미소는 결국 계산에서 집세를 뺀다. 위스키와 담배가 남았지만 집 없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집이 없어진 미소가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소가 찾아다니는 친구들은 청춘 시절을 함께 했던 밴드의 멤버들이다. 그들은 모두 집이 있지만 그들에게 집은 편한 공간이 아니다. 누구는 커리어를 지켜야 해서 집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누구는 고부갈등, 누구는 집에 남은 전부인과의 추억, 또 누구는 남편의 시종같은 더부살이 생활 때문이다. 집에서도 불편한 친구들의 모습이 미소와 대조된다. 그녀는 집이 없어도 담배와 위스키와 함께라면 행복하다. 미소에겐 집이 없어도 넉넉한 마음이 있다. 마지막 집의 친구가 미소에게,  이렇게 남의 집을 전전하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소는 친구가 선심 쓰듯 주는 수표를 그대로 두고 그 집을 나온다. 집이 없어도 본인만의 행복을 갖고 있는 미소는 마음이 누울 자리가 넓어서 가난하지 않다. 


  집은 행복의 조건일까? 만약 집이 행복의 조건이라면, 물리적인 집을 가지고서도 불편한 하루를 보내는 미소의 친구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나도 미소가 살던 황량한 방 같은 곳에서 계산을 해본다. 이 집이 내 행복의 조건인가? 미소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 위스키와 담배 생각이 난다. 나의 위스키와 담배를 떠올려 본다. 누군가에게는 케이크고, 고양이고, 영화표이며 역시 담배이기도 하다. 행복한 기운에 벌써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곳은 이미 집 안인데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힘이 들면 쉬는 곳이 집이 아니었던가? 내 마음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미소는 집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집을 버렸다. 왜냐하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소가 누울 자리는 집이 아니라 위스키와 담배였다. 미소는 돈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는 자유의지를 갖고 집을 버렸다. 행복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즐기면서 사는 것도 미소의 장점이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잘 버리는 것도 미소의 장점이었다. 몸이 누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취업, 학업, 스펙 쌓기, 그리고 내 집 마련 같은 일들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몸이 누울 자리가 있어도 마음이 누울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요새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행복하기 위해 잘 버리고 조금 가져야 한단다. 이 단어가 '유행'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지는 것에 지쳤기 때문 아닐까? '소유'는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 맞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유가 행복의 전부는 아님을 알고 있다. 마음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몸짓이 '미니멀리즘'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공녀>는 이 집에서 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 대신 이 집에서 살고 싶은가, 위스키를 마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사는 도시에 내 뉘일 자리는 고급 주택이든, 단칸방이든, 한강 변 텐트이든 살기만 하면 됐다. 살기 위해서는 위스키와 같은 마음 자리가 필요하다. 마음이 누울 자리가 있다면 몸이 누울 자리는 그 때 마음이 만들어 줄 것이다. 영화의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미소 지어지는 '미소'가 서울 곳곳에 있었다. 미소에겐 집이 없지만 서울 곳곳이 미소였다.  


글_  손자영



영화정보

<소공녀>
한국/멜로,드라마/106min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 안재홍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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