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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의 흔적, '남한산성'

'겹겹의 감정과 고민', 글_ 조인성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스틸컷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스틸컷

  황동혁 감독은 자신의 영화 <남한산성>을 "병자호란 당시, 추운 겨울 남한산성 안으로 들어가 그 곳에서의 논쟁을 보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영화다.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공감할 수 있게 되는가. 황동혁 감독은 질문의 답으로 '겹겹의 감정과 고민'이라는 장치를 사용했다. 

  얇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 울림은 프레임 속 빈 공간을 채워가며 '남한산성'이라는 큰 주제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눈과 산, 적군으로 갇힌 남한산성. 문제는 이 고립에서 문을 열고 나아갈 것인지, 문을 더 걸어닫고 고립의 원인에 도전할 것인지 라는 점이다. 그리고 영화는 역사 속 그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떠한 결말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2017년 9월의 관객을 1636년 12월 유난히도 추웠던 그 겨울 남한산성으로 데려간다.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고 몹시 추웠다. 하루가 다르게 겨울은 깊어가고 성 밖의 적군은 그 수를 늘려간다. 적은 이 나라의 왕자를 원하고 왕은 아들의 출궁을 허할 수 없다. 두 충신의 대립은 날이 섰고, 큰 적국 앞에서 이 작은 남한산성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두려움, 슬픔, 분노에 휩싸였다. 이러한 감정의 중첩은 결코 폭발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흘러갈 뿐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 폭발하는 감정이 없다. 대신 '대화'라는 방법을 사용해 풀어간다. 치욕을 견디어 내일을 살고자 하는 이조판서 최명길과 적과 싸워 대의를 지키려 하는 예조판서 김상헌.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감정이 쌓이고 고민이 쌓인다.  


  영화는 치열했던 그들의 고민만큼이나 치열하게 이 영화를 어떻게 그려낼지 고민한다. 그리고 영화는 화려한 전쟁 씬, 눈물 콧물 흘리는 신파 대신 무거운 고집으로 영화를 그려낸다. 스크린 전체를 지배하는 청색과 흰색의 사용, 작은 화각 속에 갇혀 클로즈업 된 인물, 땅으로 향하는 시선. 이것이 이 영화가 그들의 두려움, 슬픔,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영화가 격정적 감정선이 없어도, 화려한 액션씬이 없어도,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그 참혹했던 1636년 12월의 겨울, 그곳의 아픔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남한산성, 그곳에 있던 두 신하와 그들의 왕은 선택해야만 했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깨어지고 부서지고 무너졌지만 그들이 내린 선택과 그것의 결과가 지금 여기의 우리를 존재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고민의 흔적이 이 영화에 짙게 배어있다. 그러면서 다시금 고민의 흔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똑같이 고민하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고민의 힘, 공감의 힘. 이것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자, 그래서 고집스럽게 지키고자 한 표현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_ 글  조인성


영화정보 

남한산성(2017作)
드라마/한국/139min
감독  황동혁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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