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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서의 영화, '공범자들'

기레기 전성시대, 기록으로서의 영화 글_ 황정원
영화정보는 하단에,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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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범자들> 첫 시퀀스 말미에 최승호감독은 질문의 답을 얻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에 탄다. 엘리베이터에 탄 최승호 감독의 일갈. "잘들 산다. 잘들 살아." 이 말은 언론인으로서 본분을 잊고, 권력의 애완견이 되길 주저하지 않았던 자들에 대한 한탄과 조롱 섞인 혼잣말이었다. 바야흐로 지난 10년은 기레기 전성시대였다.

  <자백>과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감독은 영화를 도구적 측면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기록하고 고발하는데 사용한다. 최승호감독이 만든 일련의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보면 현실을 이미지로 가공해 치밀하게 직조한 영화보다도, 부조리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그의 영화 속엔 분노와 슬픔과 억압과 투쟁이라는 인간사회의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영화감독이 아닌 언론인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다큐가 형식적으로 훌륭하지는 않다. 다만, 그는 익숙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동안 일련의 한국 상업영화계의 사회비판 영화들이 단순한 인과응보식의 권선징악 포르노에 국한되었다면, 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시도는 성공적이다. 기록의 도구인 다큐멘터리는 사회의 부조리를 가감 없이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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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범자들>은 세 가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박근혜 정권까지 10년간의 공영방송 수난사를 다룬다. 굴종과 저항의 10년에 대한 기록이다. 권력의 <점령>시도와 이에 반발하는 기자들의 파업 시도에 따른 <반격>과 패배, 그리고 <기레기레기>로 전락하고 만 언론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단선적인 구성이지만, 영화의 층위를 더해주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변조차 거부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공범자들과 권력에 의해 몰락해가는 언론의 본질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양심 있는 언론인들 간의 대비다. 

  그렇다면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왜 공범자들인가? 영화 속 최승호감독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해요!"라고 일갈한다. 이 영화는 결국 질문하지 않았던 언론에 대한 이야기다. 권력의 감시견이 아닌,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해 아양 떨던 언론의 수치스러운 역사와 부끄러움에 대한 기록이다. 언론이 그 의무를 저버리고 고개를 조아린 행태에 대한 기록이다. 권력의 방송장악 시도에 저항하는 언론인들은 부당해고를 당하고, 도리어 권력의 충견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자들은 승승장구한다. 언론이 눈감고 귀를 막은 결과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언론이 권력의 치부를 덮기에 급급했던 결과 세상은 엉망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은 언론이 침묵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론은 공범자다.

 


  관객들로 하여금 사유의 여지가 좁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질문을 해야 하는 자는 왜 질문을 멈추었는지, 침묵한 자와 침묵하지 않은 자들은 왜 서로 다른 길을 걷게된 것인지, 언론을 망치는 주범은 언론 내부에 있는 것인지 외부에 있는 것인지 등 영화의 시선은 이러한 것들에 사유의 지평을 넓히기보다 평면적인 대비와 대립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럼에도 <공범자들>에 마음이 가는 건 영화가 현실을 딛고 서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의 마무리는 지극히도 현실적이다. 영화는 권선징악의 틀을 버렸다. 5년 전 이용마 기자와 김민식 PD가 법원에 출두하는 장면으로 끝맺는 것을 통해 언론장악이라는 거대 악에 맞서 싸우는 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결국에는 잠시나마 승리한 현실을 알고 있다. 방송을 사유화한 권력은 단죄의 과정에 놓여있고, 공범자들은 몰락하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최승호PD는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 되어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과연 공영언론을 바로 세우는 승리의 종착점인지는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도처에 권력과 자본에 의해 휘둘릴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영화 마지막 이용마 기자의 한마디 때문일 것이다. 


글_  황정원


영화정보

공범자들
한국/다큐멘터리/106min
감독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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