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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당신과 당신이 아는 것, 글_ 박민웅
영화정보는 하단에 있습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이고 축복이다. 서로 의지할 수 있기에, 마음속 깊게 굳어진 응어리를 모두 털어낼 수 있기에, 그러므로 더는 외롭지 않기에.
  불완전한 인간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은 바로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그 누군가인 것이다.

  감독 홍상수는 이 영화를 통해 인간관계 속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앎'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현실을 위트 있게 꼬집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영화의 명대사를 꼽아보라면 단연 민정(이유영)의 '절 아세요?'다. 동그랗게 뜬 순수한 눈으로 속내를 감춘 듯 시치미를 떼며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 속 그녀 주위를 맴도는 남자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도 환장(?)하게 만든다.

  내가 진정으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사랑했고 의지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나를 모른다고 했을 때의 당혹감과 배신감은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불편하다. 이 영화가 주는 이러한 불편함의 요소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한다.


  민정과 영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두 사람이 아닌, 다른 제 삼자들의 입에서 나온 민정에 대한 나쁜 소문들로 인해 틀어지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다. 영수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민정에 대해 잘 알았을 텐데, 그깟 다른 사람들의 소문 하나로 둘의 사이는 남보다도 못한 관계로 전락해버렸다.

  이 장면에서 민정의 소문에 대한 진실 여부는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영수가 민정에 대해 진정 잘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두 사람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민정은 영수가 자신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둘은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하고 말았다.

  영수와의 이별 후, 민정에겐 두 명의 남자가 찾아온다. 재영(권해효)과 상원(유준상)이다. 둘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기 나름대로 민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정에게 그들은 그저 잠시 불었다 사라져버리는 바람과 같을 뿐이다. 재영과 상원은 민정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만, 민정은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쉽게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 알려고 하진 마세요. 

  그들은 민정이 던진 이 한마디에 쉽게 수긍하며 더이상 앞에 있는 여자가 민정이건 아니건 간에, 그녀의 진실한 모습을 알아가는 것을 그만둔다. 하지만 영수는 달랐다. 민정과의 이별 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 시간들을 그리워한다. 결국 영수는 민정을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영수 앞에 서 있는 민정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던 민정이 아니다. 민정은 더 이상 자신이 '민정'임을 거부한다. '민정'이라는 굴레 안에서 남들에 의해 갖은 모습으로 정의되었던 삶을, 이제는 떠나버리고 싶은 그녀의 처절한 마지막 외침이었다. 영수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가엾은 그녀를 다시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한 그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제가 뭘 안다고 생각하고 뭘 하려고 했던 건 다 실패한 것 같아요. 정작 방해가 될 뿐이에요. 생각만 많았지 당신을 안 본 것 같아요. 정작 당신을 놓쳤어요. (영수 曰)


  우리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던 '당신'에 대해,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당신'에 대해 정작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지도. 그러다 점점 그 '당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영화 속, 민정은 이제 당신에게 묻는다."

절 아세요?

  당신은 진정으로 '민정'을 아는가. 당신은, 당신이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사실은 '앎'으로 가장한 당신의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행동이 아니었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당신을 향한 민정의 저 한마디 말이 당신의 '앎'의 철학에 올바른 방향의 지표가 되길 바란다. 


글_  박민웅


영화 정보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作)
드라마/한국/86min
감독 홍상수
출연 김주혁, 이유영, 김의성, 권해효, 유준상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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