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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DRAW] 영화 '러빙 빈센트'

표현의 간절함을 담아 _ 글 김나령

표현의
간절함을
담아

이미지 출처  씨네 21
이미지 출처 씨네 21


  최근 극장가는 많이 변화하고 있다. 3D, 4D영화가 한 달에 1편씩은 꾸준히 개봉되고, 와이드스크린, 혹은 X스크린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다양한 형식이 주는 즐거움도 많지만, 이런 현상이 가끔 불안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영상 외적인 자극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반면, 정작 영상만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은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오락인지 그 구분도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 지난 해 11월 개봉한 <러빙 빈센트>는 하나의 위로이자 거대한 가능성으로 등장했다.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그의 그림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10년의 제작기간, 107명의 화가들. 그리고 62,450장의 그림. 이 영화의 1초를 위해서 12장의 직접 그린 유화가 필요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모든 이미지들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고흐의 그림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늘 부동의 자세로 관객을 만났던 고흐의 그림 속 인물들은 움직이며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고흐의 작품 <영원의 문턱에서>는 고흐가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기 직전 그린 작품이다.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에 그려진 작품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이 노인에게 '마저리 박사'라는 가상의 역할을 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드는 장면으로 등장하는 노인은 고흐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죽음을 암시하며 침묵하고 있던 그가 영화 속에 들어와 고흐의 '영원의 문턱'을 새롭게 해석하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미스테리한 이미지의 마저리 박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고흐의 죽음에 더욱 강한 의문을 품게 한다.

  고흐는 편지에서 가셰 박사를 '자신만큼이나 아파 보이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작품 <가셰 박사의 초상> 속 가셰 박사는 실제로 아내와 사별한 뒤 우울증을 겪었다. 고흐는 그런 가셰 박사의 슬픔을 초상화를 통해 표현했다. 영화 속 고흐의 죽음에 관한 사실을 전달할 때, 가셰 박사는 초상화 속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아내의 사별을 슬퍼하며 죄책감을 가진 모습으로 묘사해 낸 것이다. 이 밖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고흐가 그린 인물과 풍경이 흥미롭게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제작진들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놀라며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림밖에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글귀이다.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 것은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그것뿐이기 때문이고, 그 행위가 너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 진심을 알기 때문에 이 영화의 상상력은 가능했고, 감사하게 이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립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은, 어쩌면 대중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영화일 수 있다. 제작할 여건이 불안정한 것도 사실이다. 고흐는 자신의 그림은 빈 캔버스보다 가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그림을 그릴 권리가 있다고 하였다. 독립영화인들의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빈 스크린보다, 빛으로 넘실대는 스크린이 훨씬 가치 있다. 불안한 환경 속에서 독립영화인들이 서있는 그 자리가 이 영화로 인해 조금은 단단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글_  김나령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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