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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DISH] 터치 오브 스파이스

보이지 않는 공간 속 이야기_ 글 조인성
정기연재 코너 MOVIE D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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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장소'라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다. 요리 영화에 장소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요소를 인간이 느끼는 장소의 의미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첫 번째 요소는 '상처'다. 

영화는 그리스인이라는 이유로 이스탄불에서 추방되어 왔지만, 그리스에선 터키인으로 인식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상처받아야 하는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를 파니스라는 주인공의 일생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타소스 불메티스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의 자전적 성향을 담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그리스로 이주하고, 후에 이스탄불로 여행을 가게 되는 스토리 자체가 모두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탄불에 사는 그리스인들은 건강한 사회의 역동적인 구성원들입니다. 수동적인 비주류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은 불안정한 정치적 충돌 아래 놓여있어야 했습니다."라며 디아스포라로서 자신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시선과 강압적 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두 번째 요소는 향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스타불에 사는 꼬마 파니스다. 그의 할아버지는 향신료 가게를 운영한다. 그는 파니스에게 향으로 장소를 기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미케네엔 백리향이, 아크로폴리스엔 장미가, 델포이엔 오레가노의 향이 가득하다고 가르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가르침은 그 지역에 뿌리를 둔 사회가 가지는 전체적 문화로 인식되어 파니스에게 전해진다. 쉽게 말해 델포이를 성스러운 신탁의 도시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오레가노의 톡 쏘는 박하향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파니스는 이스탄불로 보내는 모든 편지에 계피향을 입힌다. 그가 처음으로 할아버지에게 배운 특별한 향이 계피향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계피향은 할아버지 가게의 향이자 자신의 유년시절이며, 그리운 고향의 향이다. 

장소의 부재로부터 오는 상처를 지닌 디아스포라인 파니스가 계피향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장소를 그리워하는 파니스의 오랜 버릇이요, 혼자만의 치유법이다. 강제적으로 수동적인 비주류로 구분되어 이리저리 흔들려야 했던 파니스를 단단히 잡아주고 발 디딜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이 이상하면서도 특이한 '장소를 기억하는 방법'은 파니스에게 있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가를 확인시켜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스탄불을 떠나는 파니스에게 그의 할아버지는 남들이 못 본 것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남들은 보지 못하지만, 음식의 맛을 내는 소금과 후추 같은 것들 말이다. 남들이 생각하는 그리스와 터키는 아름다운 에게 해를 배경으로 펼쳐진 역사적 가치가 있는 도시일 테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장소만의 향과 그 장소만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타소스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바일 것이다.  



완성 !
완성 !



영화 정보 


<터치 오브 스파이스(2003)> 감독 타소스 불테미스 드라마, 코미디 / 107min / 그리스 출연 조지 코라페이스, 마르코스 오세
<터치 오브 스파이스(2003)> 감독 타소스 불테미스 드라마, 코미디 / 107min / 그리스 출연 조지 코라페이스, 마르코스 오세

터치 오브 스파이스 <A touch of spice> (2003作)
드라마, 코미디/ 107min/ 그리스
감독 타소스 불메티스
출연 조지 코라페이스, 마르코스 오세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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