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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Paterson(2015作)

"해는 매일 아침에 뜨고, 매일 저녁에 진다."_ 황정원
<Paterson> (2015作)
(2015作)

해는 매일 아침에 뜨고, 매일 저녁에 진다.
이봐 패터슨, 사는 게 어때?
글쎄 불만은 없어요. 당신은요?
있잖아. 늘 똑같아.
순환과 재생, 차이와 반복


  인생이란 어쩌면 늘 같은 노선을 순환하며 움직이는 버스 같은 건지도 모른다. 일생이라는 버스에 올라탄 인간은 스스로 버스 기사가 되어서, 인연이라 불리는 수많은 승객을 태웠다가 내려주며 하루하루 일상을 되풀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고장이 나서 잠시 멈출 수도 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버스가 터져 불만 안 났다면 잠시 쉬어가면 그만이다.


  뉴저지주 '패터슨' 시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은 '패터슨' 시에 살았던 존경하는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쓴 '패터슨'이라는 시집을 항상 곁에 두고 다닌다. 그의 일상은 늘 한결같다. 아침에 일어나 시리얼을 먹으며 오하이오 블루칩 성냥갑을 바라보고, 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출근한다. 퇴근 후 기울어진 집 앞 우편함을 바로 세우고 아내인 로라와 저녁 식사를 한 후, 강아지 마빈과 함께 산책에 나선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단골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패터슨에게 무미건조한 일상 속 한 가지 취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를 쓰는 것이다. 평범한 시인인 그는 작은 노트에 틈틈이 일상의 소소한 조각들을 적어낸다.


  짐 자무쉬가 <미스테리 트레인>(1989)과 <지상의 밤>(1991)에서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내고, <브로큰 플라워>(2005)에서 주인공인 돈 존스턴(빌 머레이 역)이 과거의 여자들을 만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면, <패터슨>에선 총 7일에 걸쳐 주인공의 되풀이되는일상의 단면들을 선형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지루한 반복과 순환 속에서도 작은 차이는 존재한다. 아침의 시작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은 매일 조금씩 다르고, 길에서 마주치는 쌍둥이들의 모습 역시 제각각이다. 늘 똑같은 일상이지만 버스가 고장이 나버리는 재수 없는 날이 있거나, 운 좋게 꼬마 시인을 만나 듣게 된 시를 아내의 맛없는 파이를 먹으며 읊어주는 날도 있다. 어쩌면 반복되는 순환 속의 이러한 작은 균열들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새로운 동력이지 않을까.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법, 다시 월요일이 되어 패터슨은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는 것으로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그는 같지만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며 새 노트에 새로운 수기를 적는다.


  짐 자무쉬는 삶의 다채로운 풍경들이 드라마틱한 소재나 거대한 담론보다도 일상의 소소한 편린들에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커피와 담배>(2003)에서 그의 시선이 가 닿는 곳은 제목 그대로 커피와 담배, 그리고 시시콜콜한 농담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이 세 가지 일상적인 소재로만 삶에 대해 말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논한다. 이러한 시선은 <패터슨>에서도 드러난다. '패터슨'은 시리얼을 먹으며 만지작거리던 성냥갑으로 시 한 편을 적어내고, 하루의 마무리를 단 한 잔의 맥주에 맡긴다. 그런 맥주 냄새에 아내 '로라'는 달콤한 행복감을 느끼고, 남편이 선물해준 것이라 믿는(?) 통기타를 연주하며 즐거워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러한 작은 소재들로 삶에 대해 말하는 것, 그의 영화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아닐까.



  PS.

 '수평 트래킹 숏'을 영화마다 인장처럼 박아 넣는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 짐 자무쉬의 12번째 장편. 그는 기발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유머를 곳곳에 삽입하여, 관객들을 실실 웃게 만든다. <패터슨>에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여지없이 빼앗는 '씬 스틸러'가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다.


_글   황정원


<영화정보>

패터슨 <Paterson> (2016作)
드라마/프랑스/독일/미국/118min
감독 짐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패터슨), 골쉬프테 파라하니(로라)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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