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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egative opinion

팩션영화 안내서 _김규민



About Faction movie...


1. 팩션 영화란 무엇인가요?


  팩션이란 픽션(fiction)과 팩트(fact)가 합해진 합성어로, 실제 있었던 사실과 상상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연구자 강유정(2006)은 팩션에 대해 "그 어원과 발생지조차 불분명한 국적불명의 유행어"로, 오늘날 "사실+허구"의 영화 & 문학적 작업물을 지칭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어떤 역사 영화들이 팩션영화라는 것은 분명히 알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역사 영화가 팩션영화일까요? 엄밀 철저하게 고증된 역사 영화는 팩션영화가 아닐 수 있지 않나요? 이에 김시무(2009)는 "역사영화란 기본적으로 팩션영화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화이트 헤드 이후 역사에 대한 주류적 의견- 그것이 역사가의 취사선택을 통해 재구성된 문자 기록물이라는 생각을 긍정할 때 역사영화와 팩션영화는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해, 충분한 고증과 사실에 입각한 영화일지라도 그 1차 자료인 "역사" 그 자체가 순수한 사실이 아닌, 역사가(혹은 다른 누군가)의 손을 거쳐진 사적인 작업이므로 그에 재구성인 역사 영화는 필연적으로 팩션 영화입니다. ***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와 팩션의 관계는 더욱 흥미로운 국면으로 나아갑니다. 팩션이 "대안적 역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역사가 기록되고자 하는 이들의 서사라는 한계를 가질 때, 팩션은 문학적 재구성을 통해 잃어버렸던 역사의 행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요컨대, 역사 속 묻혀 있던 소외자들의 서사가 팩션에서 복원되곤 하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재밌지 않나요?


  그러나, 팩션 영화는 이러한 가능성과 함게 굉장히 치명적인 사용상의 결핍을 가집니다. 이는 논란 속 팩션 영화들의 문제점과 정확히 일치하는데요!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두 번째 꼭지에서,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해볼게요. 


* 자료에 대한 필자의 오독이 있다면 혹은 더하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꼬옥 메일 주세요!

** 강유정, '완강한 질서를 내파하는 역사영화의 힘-<혈의 누>, <형사>, <왕의 남자>를 중심으로', '젊은 영화비평집단편', 영화/비평/현실 3, 2006, p.52

*** 김시무, '사극과 팩션영화의 경계- 일제 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역사를 중심으로', '시민인문학 제 16호', 경기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09, p.17

**** 김기봉, '팩션으로서의 역사서술', '역사와 경계 63', 부산경남사학회, 2007, pp. 11-19.



<군함도> 스틸컷
<군함도> 스틸컷


2. 그렇다면 팩션 영화에 허구적 사실이 첨가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죠? 왜 <군함도>가 비난받아야 하는 건가요?


  답변에 앞서 최배석(2016)의 팩션 영화 수용에 관한 연구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연구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공식 역사를 소재로 사용하는 팩션 영화에 한해, 관객은 그것을 '작가의 재구성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관객이 <명량>은 실재 역사에 가깝게 받아들이는 반면 <군도>는 그렇지 못하다는 설문 결과는, <명량>의 허구성을 관객이 인지하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관객은 오락을 위해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제거한 채 팩션 영화가 제공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수용합니다. 실재 역사에 가깝게 <명량>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것과 공식 역사 사이 간극(혹은 허구)에 대해서는 외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팩션 영화는 모종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합니다. <명량> 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얼마나 민족적 자긍심을 높였나'라는 질문에 '약간 그렇다'가 44.3%, '보통이다'가 24.7%, '매우 그렇다'가 20.7%로 전체 89.7%가 긍정의 답변을 했습니다. 이는 앞선 두 가지 팩션 영화 수용의 특성과 함께 고려했을 때, 굉장히 문제적으로 느껴지는데요. 한낱 개인의 역사 인식을 담은 재구성물이 비판적 사고 능력을 상실한 관객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를 토대로 앞선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이제 우리는 팩션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가 중요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감독 개인의 역사 인식이나 상업적 야망도 우리가 도덕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는, 팩션 영화가 구성해내는 담론과 그 영향력에 대한 것입니다. 더욱이 <군함도>의 경우,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하나 안고 있습니다. 바로 스크린 독점입니다. 

  대답에 앞서 위 연구를 먼저 소개했던 것은, 팩션 영화 수용의 특수성을 이야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관객은 영화가 공식 역사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경우 그것이 허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무비판적으로 이미지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관객은 높은 확률로 영화를 통해 이데올로기를 학습했고, 이는 팩션 영화가 모종의 정치적 용법을 가진다는 점을 적시했습니다. ** 

  다시 말해, 팩션 영화는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정치성을 띠며(역사라는 소재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사용에 따라 어떤 종류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선전 매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군함도>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군함도>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이를 인지하고 다시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스크린 독점<이라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크린 독점은 기본적으로 관객의 선택지를 지우고 강요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강요된 영화가 특정 정치집단에 유리한 진술을 담았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우리는 정말 이 사건을 순수한 사업가의 눈으로만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뭐, 느끼는 분에 따라서는 조금 과한 음모론으로 들릴 수도 있겠네요. 맞는 말입니다. 앞서 나간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 팩션 영화를 단순히 장르적으로만 소비하는 일은 경계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갖는 정치성과 맥락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무엇보다도, 이 위험천만한 소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만 합니다. 


* 최배석, <실재스토리 팩션 영화 대 허구스토리 팩션 영화의 수용자 평가에 대한 비교연구>-<명량>과 <군도>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6>, 한국콘텐츠학회, 2016, pp. 5-10.

** 이 부분은 저의 해석으로, 연구자의 결론과 다를 수 있습니다. 쓰고 보니 다소 비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3. 그래서 마무리!


  무슨 바람에선지, 시간이 흐를수록 팩션 영화를 보고 만드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만 해도 <군함도>를 비롯하여 <택시 운전사>, <박열> 그리고 앞으로 개봉하는 <남한산성>까지 수많은 팩션영화가 개봉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이 뜨거운 열기에 반해 팩션이라는 개념 즉, 논의대상으로서의 팩션영화는 아직도 많이 낯선 것 같습니다. 이번 <군함도> 논란이 특히나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데요. 넷상에 넘쳐나는 소모적인 논쟁들과... 류감독을 옹호하는 박 모, 봉 모 감독의 인터뷰*를 보며 우리 모두 팩션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군함도>를 통해, 부족하나마 팩션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그와 관련한 여러 고민거리를 나누는 자리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뭐,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무쪼록 글이 독자 여러분께 잘 전달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맺습니다! 안녕히! 항상 즐영화 건영화** 하십시오!

*씨네21

** 즐거운 영화 건강한 영화~^^



_글 김규민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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