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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형준 PD

군함도를 만든 '노동자의 손' _김규민

영화인의 눈으로 본 <군함도>는 어떤 영화일까?

<군함도>와 <류승완>을 둘러싼 비난은 정당한가? 현장의 입을 통해 듣는 사건은 여론과 또 어떻게 다른가?


이러한 질문들을 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 10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김형준 PD님을 만났다. 인터뷰 동안 <군함도>에 대한 균형 잡힌 이야기부터 뜻밖에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굉장한 썰이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기대하고- 아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는 게 좋을 거다. 당신의 심장을 뜨끔하게 하는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김형준 PD
김형준 PD


군함도, 왜 욕을 먹는가? 군함도를 둘러싼 비판들 


 인터뷰 시작에 앞서 하나 말씀드릴 게 있다. 본 인터뷰는 역사 왜곡이라는 주제에 관해선 소모적이라고 생각해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질문하고 싶은 건 <군함도>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다. 왜 이런 비난과 뭇매가 시작된 걸까? (장르적 재미에 치중해 헐렁한 역사의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비평가들이 차이를 지적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영화, <택시 운전사>는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은가.
<택시 운전사>와 <군함도>. 두 팩션 영화에 대한 대중의 반응 차이는 어디서 기인한다고 보는가?


 김형준PD(이하 김): 두 영화의 질적 차이는 잘 모르겠다. 대중이 반응이 그렇게나 갈렸던 것은 단순히 마케팅 실패와(언제 개봉하느냐 하는) 시기상의 문제였다고 본다. 혹은, 소재에 대한 민감도 차이나 호감의 문제일 수도.



마케팅 실패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김:여론이 기울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 게 바로 마케팅 실패이다. 역사 왜곡 논란에 독과점 논란까지 겹치니 누가 그걸 보겠는가. 그러나 독과점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면, <택시 운전사>와 <군함도>는 개봉 스크린 수에서 백몇 개 관밖에 차이가 안 난다. <스파이더맨>과는 고작 50개 관 차이다. 스크린 독과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어딘가의 입소문에서 부풀려지기 시작한 거다. 

또, 택시 운전사와 그 차이를 묻기가 어려운 게, 국내 스크린 점유율 1위가 압도적으로 CJ이고 그 다음이 롯데, 메가박스이다. CJ는 당연히 자신들이 제작 투자한 영화인 <군함도>를 튼다. 거기다 롯데나 메가 박스 몇 군데에서 틀기 시작하면 그게 자연히 독과점이다. 스크린 개수 차이가 크다 보니, CJ는 조금만 틀어도 독과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택시 운전사>라고 다를까? 다른 형태였을까? 메가박스에서 먼저 엄청나게 틀어댔다. 영화가 잘 되니까 CJ에서 틀기 시작했고 결국 <군함도>와 몇 개 관 차이 나지 않는, 정확한 독과점이었다. 차이를 물을 수 있는가? 

물론, 2000개 1600개 스크린을 잡은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 시기에 그 영화가 가장 핫했다. 극장주 입장에서는 핫한 영화를 틀어야 한다. 대중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업 논리가 불만이라면 그 전부터 꾸준히 다양성을 요구하고 제 권리를 찾으려는 시도들이 있었어야 했다. 왜, 갑자기 <군함도>에 와서야, 그제서야 이야기하는 건가?

스크린 독점 논란이 제기된 것은 다양성 영화 진영에서였다. "너무하다"라고.
그런데, 마찬가지로 다양성 영화를 하는 나는, 다양성 영화가 스크린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단순히 이 시장의 수직계열화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군함도>가 스크린을 독점해서 그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다양성 영화도 "다양성 영화"라는 포장지를 갖고 있다. 그건 일종의 마케팅이다. 그리고 그들의 실패는 그런 마케팅의 실패이다.
다양성 영화가 대중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었다면, <군함도>의 스크린 독점은 하등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이 없어서 만듦새가 부족한 거라고? 그건 알고 시작한 일 아닌가? 주어진 자본 안에서 최선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이 그들의 숙제 아닌가?


만듦새가 부족한 영화와 대중의 니즈가 분명한 퀄리티의 영화 둘 중 당신이 사업가라면 당연히 무엇을 틀겠는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다.

대기업도 문제이긴 하다. 5분 단위로 영화를 튼다. 본래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시작한 멀티플렉스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그렇지만, 기업에게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일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스크린 독점에 대해 더 묻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대신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다. 요즘 제일 뜨거운, "장르 영화가 역사를 다루어도 되는 걸까?"


김: 모든 드라마는 일부분 팩션 영화이다. 모두 현실의 일부를 담고 있는 허구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순도 100%의 허구는 애초에 불가하다. 



아하. 그럼 질문을 좀 좁혀서. 역사를 다룬 영화들에 대해 지금까지 논란이 굉장히 많다. 비극적인 역사를 영화라는 오락거리로 소비해도 되는 걸까, 라는. 


김: 왜 안 되지? 창작자는 항상 되는가 안 되는가를 고민하고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그런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일단 하고 철저하게 평가받으면 되는 일이다. 끊임없이 피드백이 되는데, 왜 미리부터 안 되는 영역을 정해놓아야 하는 것인가? 그런 식의 도덕적 엄숙함은 창작자의 자유를 제한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니까. 



음 문제는, 그렇게 생산되고 유통된 영화들이 누군가에게 폭력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사업가와 창작자의 눈으로만 바라보아도 되는 걸까? 그러니까, 상처받는 자들을 배제한 영화들이 수많은 상영관에 걸리고 떼돈을 벌어도 도덕적으로는 아무 책임도 물을 수 없는가?


김: 심각한 도덕적 책임이 생길 정도까지는 안 되겠지. 시장은 자정 능력이 있으니까. 모두가 불편한 일은, 다른 말로 TO가 없다는 건데 그런 걸 왜 만들고 상영하겠나. 다만, 모든 영화는 어디 누군가에게는 필연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영화의 타겟층을 선택하는 일은 그 바깥 누군가는 배제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나는 노무현입니다>는 홍준표 지지자들에게 불편한 내용이다. 그리고 반대로 누군가 <나는 홍준표입니다>를 만든다고 치자. 그건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불편할 것이다. 오히려 이 경우에서는 홍준표 지지자들이 소수자이다. 이때 <나는 홍준표입니다>가 다수에게 불편한 내용이라고 해서, 그들의 만들 권리를 빼앗을 수 있을까? 그건 괜찮은가? 애당초, 모든 사람이 동의한 이야기란 건 없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군함도>는 비난할 거리가 없다는 결론이 난다. 처음 말씀처럼 마케팅 실패라고 밖엔...


김: 그렇지. 대중에게 먹히지 않았던 거다. 



아까 스크린 수에 대해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기업의 입장에서 스크린에 거는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무엇이 그 기준인가? 그만큼의 수익을 내야만 하는 영화? 아니면 수익이 보장되는 영화? 그러니까 <군함도>는 순전히 제작에 대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대중에게 영화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김: 스크린에 걸리는 것은 결국 대중이 원하는 영화이다.
물론 제작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스크린에 거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군함도>와 같은 대자본 영화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지금까지 가장 컸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그동안 다양성 영화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난 게 아닐까 싶다. 영화 생태계의 모습은 결국 관객들도 일조한 것이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할 수 없다.
(인터뷰어가) <군함도>에 대해 자꾸 선택지를 지웠다! 강요받았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걸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시스템이 철저하게 피드백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 역시 이를 이해하고 시스템 속으로 들어온 거고. 다시 말해 관객은 지금까지 "선택과 거부"를 해왔다.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군함도가 스크린에 걸렸다. 그리고 관객은 그걸 "거부"했다.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갑자기 문제 될 게 있는가.





군함도는 어떤 영화인가?



이제야 묻는다. 군함도 어떻게 보셨는지?


김: 그냥 상업영화지 뭐. (웃음)



할 말을 잃었다. 뭐 미술에 대해서 좋은 평이 많던데.


김: 그것도 일종의 마케팅이다. 그런 걸 의식하고 보는 대중은 없고, 평론가들이 전문가라는 지위를 내세워 계속 그런 식으로 홍보를 하는 거다.



군함도에 대한 평이 굉장히 담백하시다. "군함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상업영화"


김: 그렇지. 아주 단순한 내러티브를 가진다. 대탈출 영화. 탈출이라는 장치에 대해 불만 갖는 사람이 많더라. 그런데 섬을 배경으로 상업 영화를 찍는데 탈출 안 하면 뭘 하나. 빠삐용은 뭐야. 학습효과를 주려고 만든 영화도 아닌데... (웃음)



아하. '군함도'라는 키워드를 풀기에 가장 재밌는 도구가 탈출이었다? 


김: 그렇지.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는 거다. 군함도를 가지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뭔가? 탈출이다. 간단한 이야기이다. 



음, 나 역시 탈출이라는 장치를 사용한 것이 어떤 해원의 시도였다고 본다. 그래서 나름 숭고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이런 식의 '희망을 주는 결말'이라는 경향이 흥미롭다. <베테랑>부터 시작되는 최근의 스타일인 것처럼 보인다. <부당거래>에서도 악인이 죽긴 하지만 그게 희망을 준다고 보긴 어려우니까.


김: <베테랑>이 잘 됐으니까 계속 하는 거겠지. <부당거래>보다 <베테랑>이 훨씬 잘 됐다. <베테랑>의 기록은 쉽게 나올 수 없는 거다. 따지고 보면 <베테랑>도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국뽕이네 뭐네 말도 있었고. 그런데 그렇게 사랑을 받았다. 그럼 감독이 다음 영화를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베테랑>의 문법을, 이전 영화에서 검증된 문법을 사용해야 한다. 미쳤다고 검증되지 않은 걸 사용하겠는가. 이 문제는 투자와도 연관된다. 투자자들은 성공의 보장을 바란다.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안전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류승완의 <군함도>는 순수한 장르 영화감독의 뇌로서 내린 굉장히 당연한 선택들의 결과인 건가. 군함도라는 소재를 취한 것도, 탈출 서사를 만든 것도.  


김: 그렇다고 본다. 그러니까 거기에 대고 '너의 역사관이 잘못됐어.'라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뷰이가) 감독 본인이 아닌데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같고. (웃음) 초~중반기에는 재밌는 장르적 시도들이 있었다. <다찌마와 리>라던가 <아라한 장풍 대작전>같은. 그래서 더욱 <군함도>가 게으른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해가 간다. 


김: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했던 다양한 시도들은 말 그대로, 쌓아가는 과정이었기에 가능했고(그만큼 투자가 적었으니까), 후기작과의 금액 차이를 생각해본다면 이해 못 할 부분도 아니다. <다찌마와 리>는 인터넷으로 대박이 나서 만든 작품인데, 제작비가 군함도에 비하면 한 없이 초라하다. 그만큼 <군함도>는 큰 투자를 받은 작품이다. <다찌마와 리>나 초기작 등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상업 영화를 찍는 감독이 관객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대중 예술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 '나는 대중 신경 안 써!'라고 말하는 사람은 순수 예술을 해야지. 그런 점에서 나는  영화가 예술인가도(순수 예술일 수 있는가도) 고민스럽다.



어, 그럼 예산과 감독 자율성은 반비례하고, 그러한 환경 안에서 감독은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고 정리할 수 있는 건가?


김: 그건 아니다. 부인이 제작사인데 그럴 것까지 있나. 다만, 감독은 영화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 여기서 책임은 돈 얘기이다.





노동자의 손을 가져야 한다.



안 그래도 감독이 예전에 이런 인터뷰를 한 적 있다. 영화감독은 '노동자의 손'을 가져야 한다고. 무슨 말이냐면, 현장을 책임지기 위한 수익을 내야만 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다찌마와 리>가 흥행 참패를 겪고 나온 지론이라고 했던가. 


김: 특히 영화는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바로 퇴출되는 구조이다. 



아까 '영화가 예술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신 것은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인가? 돈과 떨어질 수 없는 구조여서?


김: 그렇다. 영화엔 많은 사람들이 관계한다. 영화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화의 유통구조를 보자. 시나리오, 기획, 촬영, PD, PNA 등등 이 사람들의 역할을 감독이 다 할 수 있을까? 끽해야 PD까지 한다. 장르가 다큐가 아닌 이상 1인 영화라는 게 가능하긴 할까? <군함도>라는 거대한 영화는 예술 감독부터 인부 아저씨까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그 모든 사람이 다 돈이다. 인건비, 식비. 돈과 너무나도 가깝다. 상관이 없을 수가 없는 매체인 것이다. 

돈과 관계되지 않는 예술을 하고 싶다면 그것은 저예산 영화이다. 독립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존재할 수 있으나 그것의 유통은 시스템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제도로부터 독립은 불가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저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한계가 분명하며 상상은 예산의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창작자 중에 갇힌 테두리 내에 활동하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저예산, 단편한 하고 싶다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알던 단편 하고 싶다는 친구들은 이제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영화계를 떠났다. 돈 때문에. 수익 창출이 불가하니 지속적인 활동이 불가한 것이다. 왜 수익을 낼 수 없는지는 앞서 많이 이야기했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 등에서 지원받아 한두 편 찍는 것가진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10년 동안 영화계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단편 영화만 찍으면서 예술 하고 싶어요'라는 친구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생각보다 큰데. 제도 밖 영화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그래서 더욱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현 시스템의 대안을 찾기 위한. 


김: 프랑스 같은 구조를 만들자고?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개봉관이 대기업밖에 없고, 그렇다고 예술영화관을 따로 짓는다고 하면 접근도가 떨어진다. 영화는 접근성이 정말 중요한데. 그런 식으로 수요를 만들어내는 일에서부터 어려움이 있다. 또 일정 수요가 생길 때까지 지원을 계속하는 일이 가능한지, 지원 범위의 문제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해야 하며, 대기업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그럼 절망적이게도, 오늘날 한국은 예술 영화가 가능하지 않은 구조인가?


김: 예술 영화가 무엇인가? 예술 영화라는 개념 자체에도 회의적이다. '제도권 밖'이나 '탈 자본'이라는 게 불가한 매체가 바로 영화이고, 그렇다면 예술 영화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예술은 그 제도 안에서 변주를 꾀해야 하는 무엇이다. 그게 예술의 힘이다. 제도 밖이네 탈 자본이네 하는 것들은 사실 허망하다. 

'예술 영화'라는 걸 하겠다며 저예산 영화를 찍는 이들에게서 나는 어떤 폭력을 보곤 한다. 감독은 예술이라는 포장지로 스텝들을 착취한다. 이 현장의 권력 관계는 평등하지 않다. 스텝들은 페이가 없음에도 일해야만 한다. 그들의 바람은 이 영화가 잘 돼서, 감독이 메인 진출할 때 자신도 데려가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왜냐면 하나의 영화에 대한 명예와 부 등등 이 모두 감독에게만 돌아가니까. 감독이 아니고서 스텝들에게 어떤 명예가 있나? 스텝이 일을 아무리 잘해도 누가 알아주는가? 내가 참여해 개봉한 영화만 3편 이상이다. 그런데도 상업영화 쪽에 가면 '완전 초짜네?'라는 취급을 받는다. 그만큼 스텝에게 한 편의 저예산 영화를 하는 것은 아무 커리어도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스텝들의 노동력을 무급으로 가져다 쓰는 거다. (그런 점에서는 류승완 감독을 높게 쳐줘야 한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예술 하겠다는 사람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현재 한국 영화 시스템에 저항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 감독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철저히 대중 수요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키아로스타미같은 영상 실험은 누가 하는가?


김: 외국 가야지. (웃음) 실제로 많이들 간다. <IT> 촬영감독이 누군지 아는가? 한국 사람이다. 박찬욱 감독 촬영 감독 하다가 넘어간 거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 영화를 하려면 한국 실정에 맞추고, 아니면 밖으로 나가고. 한국에서 무엇을 하려면 타협을 하던가, 설득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 부족한 거지. 



그건 우리나라의 문화 경쟁력을 죽이는 일이 되지 않을까? 국제적으로 끝발 날릴 수 있는 감독들을 해외로 빠지게 하는.


김: 우리나라가 그런 감독을 키울 형편이 안 된다. 



한국 영화 시장 규모가 그렇게 작지 않은데, 왜?


김: 규모가 상관없이 제작 수준이 안 따라간다는 거다. 공정한 계약을 한다는 전제 아래 그 인건비를 감당해가면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사는 전부 대기업이다. (이런 제작 환경에서 국제 기준 천재건 뭐건 대중성은 없는 감독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이 시스템이 계속됐을 때 한국 영화의 질은 결국 떨어지지 않을까?


김: 그럼 이제 외국 영화를 보기 시작하겠지? 그럼 한국 영화 산업은 망하는 거다. 망해봐야 느끼지. 한 번 망해봐야 한다. (웃음)



[끝]



_글 김규민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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