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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sitive opinion

대사 한 줄로 기억되는 영화, 류승완 _조인성


  
류승완 감독은 다방면으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연출은 물론이거니와 각본에, 연기까지 경험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하나 특이한 점은 류승완 감독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류승완 감독 자신이 각본을 맡고 연출을 했다는 것이다. <군함도>,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 <주먹이 운다>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영화' 하는 작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그가 각본을 맡은 영화의 스토리를 두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너무 단순한 구조라 그가 연출해낸 액션에 비하면 스토리는 영 힘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선과 악이 분명하며, 사건의 인과관계가 별다른 꼬임 없이 드러난다. 물론 수많은 서사적 장치를 운용한 영화만이 서사적으로 훌륭한 영화라고는 이야기 기할 수 없다. 다만,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 여타 부수적인 영화적 장치를 제외하고 오로지 각본의 힘으로만 영화를 이끌어 가는 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서사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가 많은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류승완 감독 특유의 연출력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연출력이란, 다른 많은 부분은 차치하고, '주옥같은 한 문장'이라고 하겠다.


 류승완감독의 대표작들을 주르륵 나열하다 보면, 영화마다 대사 한 줄 정도는 꼭 기억나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사들은 세간의 관심 속에서 이곳저곳에 응용(?)되기도 하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면서 일종의 '트렌드'로 여겨지곤 한다. 


소위 말하는 '명대사'가 많은 영화.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어이가 없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구라가 무슨 양파냐?"와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명대사가 줄곧 그와 함께했다. 


 물론, 단순히 그가 만들어낸 대사가 재미있어서 이를 명대사라고 지칭하는 건 아니다. 이러한 명대사 속에는 세태 풍자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자세가 공존한다. 실제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기업 총수들의 갑질 사건이나 정재계의 비린내 나는 뒷모습 등을 영화에 녹여내고 있고, 이것이 영화 속 한 줄의 대사로 축약되어 표현된다. 이러한 사회의 이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절한 유머와 만나 관객의 니즈를 충족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명대사로 기억되는 것이다. 


 배우 개인의 열정으로 탄생한 애드리브이든,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서 나온 대사이든, 이를 검수하는 건 오로지 감독의 몫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은 꽤나 훌륭하고 힙하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서사의 구조와 스토리텔링의 기능을 촌철살인의 명대사 한 줄로 이끌어가고 있다고나 할까?


 몇 줄, 몇 초의 대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생각보다 세심하고 배려 깊은 수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은 기꺼이 그 수고를 자청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어떤 면에서 가사로 기억되는 노래와 같다. 

 자꾸만 되뇌고 곱씹어 볼수록 그 의미가 배가 되는 영화. 이것이 우리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는 이유가 아닐까?



_글 조인성 

Amor _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리들의 영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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